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시간 날 때, 부담 없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
'보은영화관&설성시네마'

시간을 내지 않고 시간 날 때, 마음먹지 않고 부담 없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쉬운 듯 쉽지 않다. 이번 호에서는 충북 내 보은과 음성의 작은 영화관을 찾아가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기는 주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지금 필자가 살고 있는 청주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대부분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증평에 사는 친구는 극장에 가기 위해 시외버스 혹은 차를 이용하여 한참을 나가야 해서 청주의 극장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다. 과연 이런 상황이 증평뿐일까? 다른 도시는 어떨까?
‘사람들은 모두 영화관 가는 길이 편할까?’
‘사람들은 모두 시간이 날 때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일까?’
이 생각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충북 보은과 음성의 작은 영화관 두 곳을 다녀왔다.

보은의 작은영화관(with 씨네Q) 2관


첫 번째, 모두가 걸어갈 수 있는 영화관
보은 시내, 보청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뱃들공원 옆에 결초보은 문화누리관이라는 넓은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건물 1층에는 작은영화관이 있다. 보은영화관(with 씨네Q)은 지난해 2021년 4월 말에 개관했다. 올해로 영화 상영을 시작한 지 약 1년 반이 지난 것. 담당자는 이 영화관이 도시와의 영화 향유권 격차를 해소하고 문화 향유를 통하여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보은군에서는 전국 최초로 도서관과 영화관, 어린이 놀이시설이 결합된 보은군 맞춤형 복합문화시설인 결초보은 문화누리관을 건립하고 2021년 4월 30일에 개관했다. 보은영화관은 2개 관에 총 91석을 갖추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되며(월, 화 정기휴무) 관람요금은 6,000원(2D), 8,000(3D)이다.

보은군의 맞춤형 복합문화시설인 결초보은 문화누리관


개관 초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영화관 내 취식 제한 및 운영시간제한 등 여러 제약조건이 존재했지만, 2022년 5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에는 이전보다 관람객이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2021. 5. ~ 2022. 4.) 동안의 한 달 평균 관람객 수는 1,300명이고, 해제(2022. 5. ~ 8.) 된 이후에는 한 달 평균 3,000명이 집계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크기와 위치에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극장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보은영화관은 최신 상업영화 위주로 상영하고 있다. 취재를 갔던 9월 중순에는 『공조2:인터내셔날』, 『한산:용의 출현』, 『육사오(6/45)』가 상영 중이었다. 담당자는 “보은영화관의 건립은 그동안 보은군민들이 문화생활에 많은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군민들이 방문하기 위해 다양한 영화를 다양한 상영시간대에 상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작은영화관의 운영 목표 중 하나는 개봉 영화를 대도시와 동일한 시기에 지역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은영화관에서는 주민들이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근처 도시로 향하는 것보다는 걸어서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보은 시내에 위치하여 접근성을 높였다. 보은영화관에서 영화를 선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름 아닌 관람객들의 선호도이다. 때문에 애니메이션 영화와 최신 개봉 영화를 필수로 상영한다.
두 번째, 영화도 보고 영화관도 보는 곳
음성군 음성읍 설성문화회관 3층에는 음성의 작은영화관, 설성시네마가 있다. 설성시네마는 음성군 내 문화생활 공간을 만들기 위해 2022년 5월에 개관했다. 보은영화관과 동일하게 2개의 관이 있고(1관 61석, 2관 33석. 총 94석) 하루 총 12회 상영한다.
설성시네마가 개관한 이후, 다양한 음성 군민들이 극장을 찾았다.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신기한 지점은 영화관 자체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음성의 작은영화관 설성시네마의 외관


개관하고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영화관을 보러 오는 군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설성시네마에서는 보은영화관과 동일하게 애니메이션 영화와 상업 영화 중심으로 상영 중이다. 그중에서도 지역 주요 연령과 가족 관람을 고려해 한국 작품 위주로 선정한다. 취재 차 방문했을 때 현재 상영작이 보은영화관과 거의 비슷했다.
관계자는 운영 부분의 어려움은 없지만 아직 홍보가 충분하지 못해 설성시네마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군청과 홍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설성시네마 개관을 계기로 영상 문화 이외에 더 많은 대중문화 요소들이 파생될 거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작은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들
보은영화관이 개관하기 전에는 보은에서 영화를 보려면 청주나 대전의 영화관을 이용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설성시네마가 개관하기 전에는 충주나 충북혁신도시로 이동하여 영화를 관람해야 했지만 보은과 음성, 두 도시에 작은영화관이 생긴 뒤로는 각 지역의 주민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극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보은영화관이 생긴 이후로 보은의 학교 및 다양한 사회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대관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관람 형태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종종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시각장애인 관람객이 있다. 도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복잡한 시내 한복판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6, 7층까지 어려운 동선을 따라 이동해야 하지만, 건물의 1층에 위치한 보은영화관은 이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안전과 편리성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보은영화관에서는 올해 9월부터 관내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을 위해 매월 셋째 주 목요일을 ‘가치봄 – 영화 보는 날’로 지정하여 운영 중이다.
*가치봄 영화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한국농아인협회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공하는 서비스로 기존의 영화에 화면 해설 대사 및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한글 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를 말한다. 가치봄 상영극장은 전국의 작은영화관에서 진행한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농아인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左)영화 상영 전 광고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 右)보은영화관 상영관 내의 휠체어 석


설성시네마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다. 전체 비율 중 9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이 방문한다. 음성 지역의 평균 연령이 높다는 특성이 있어 2·30대의 비중은 아직까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영화관이 개관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았으므로 점차 2·30대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관계자는 현재 설성시네마에서 하루 평균 150명 정도 관람하고 있으며 관람객은 매월 10%씩 증가 추세에 있다고 전했다. 1년 먼저 개관한 보은의 비교적 안정적인 안착을 통해 설성시네마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반이 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두 영화관의 차이는 보은에는 휠체어 석이 있고, 음성에는 없다는 점이다. 문화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본래의 공간을 리모델링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향후 지역에 새로운 문화 향유 시설이 건립되었을 때는 이러한 선례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같은 맥락으로 두 지역의 영화관이 운영 측면에서 안정기로 접어든다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이슈로 ‘독립영화’를 꼽고 싶다. 일주일에 하루, 혹은 한 달에 하루라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것 역시 문화 다양성의 실현과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는 다른 기초지자체와 광역단체에서 먼저 실현한다면 그 반사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작은 영화관이기에 더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역민의 문화 해소 격차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보은과 음성의 두 사례가 충북을 넘어 전국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도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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