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예술가와 교사의 이유 있는 협력
'Hello Art Lab (교·강사랩) 아지트 메이커스 '

충북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연구개발 지원사업 ‘헬로우 아트랩’은 학습공동체 지원사업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017년 처음 출발하였다.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신규랩, 연구실행랩, 주제랩, 교·강사랩 등 세부 내용을 조금씩 완성하여,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발전과 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하며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중 ‘교·강사랩’은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발전 목표를 두고 예술가와 교사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이다. 기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교사와 예술가의 협력을 통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교육 속에서 예술을 만나고 발전시켜 나가는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교·강사랩’에는 5개 예술단체와 8명의 현직교사가 참여하였고, 교육연극을 진행하고 있는 초등교사와 미술교육학을 전공한 예술가로 이루어진 퍼실리테이터가 함께 연구 워크숍을 진행하며, 프로그램 연구개발 활동을 채워나갔다. 오직(o.zig)과 영동의 부용초등학교 이미림 교사의 첫 만남도 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체 미술을 전공하고, 설치 미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본인은 공간이 지닌 성격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최근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학교 내 빈 교실이 생겨난다는 뉴스를 보고, 그 유휴공간을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는 예술 활동으로 채워나갈 수 없을까 생각하였고, 책상과 의자로 대신 유연한 놀이 공간으로 바뀌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미림 교사 역시 아이들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공간에 관심이 있었으며, 그렇게 시작된 ‘아지트 메이커스’ 활동은 2023년 현재 5년 차에 접어들었다.





통상적으로 초등학교 교사의 재임 기간은 5년이다. 2019년 이미림 교사는 자신이 부용초에 있는 5년 동안 지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였고, 지속적인 예술 활동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을 생각하며 우리의 [희 프로젝트]5개년이 설계되었다. [희 프로젝트]는 “유희(有喜) – 희희(熙喜) – 가희(加喜) – 연희(連喜)- 여희(餘喜)” 로 구성된다. 유희(有喜) : 즐거움과 기쁨으로 채워지는 공간, 희희(熙喜) : 반짝이는 기쁨이 있는 공간, 가희(加喜) : 기쁨을 연결하는 공간, 연희(連喜) : 기쁨을 나누는 공간, 여희(餘喜) : 기쁨을 남기는 공간
매년 공모사업을 내고, 심의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예술가(단체)에게 장기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혹시 심의에 떨어진다면, 실행할 예산이 없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고, 학교 관리자가 바뀌면서 우리의 프로젝트를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공간은 허물어지고, 프로그램은 사장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였다. 이 교사는 학급 단위에서 실행해 볼 수 있는 것으로 규모를 축소하면 되고, 학급 내 동아리 활동 등 예산을 확보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독려해주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학교라는 공적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하는 미래형 학교 공간 추구 사례들이 다양하게 생겨났다. 학교 공간혁신, 뉴스페이스,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꿈담교실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획일화되고, 동일성이 추구되었던 공간에서 사용자 중심의 효과성, 심미성이 강조되는 공간으로 바뀌는 사업들이다. 예술가로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설계단계 학생들의 의견이 제작, 공사 과정을 거치면서 변형되거나 아이디어로만 멈추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부용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아지트 메이커스’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부족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공간을 채워보고, 직접 다양한 물성을 경험하며 완성을 해나가길 희망하였다. 이는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과 더불어 예술에 대한 융합적 사고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019년 1년 차에는 5학년 2학급을 대상으로 미술, 창의적 체험 활동 수업 시수를 이용하여 교과목을 연계-통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학교 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어디 있는지 학생들이 직접 학교 공간 탐색하며 2개의 후보지를 선정하였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영화관, 본관 뒤쪽 그늘진 공간은 캠핑장으로 바꾸게 되었다. 벽화 작업, 목공 등 단체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강사진은 지역 예술가를 섭외하여 팀으로 구성하였다. 단체복을 입고, 활동하는 아이들은 자신감과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마지막 날, 직접 완성한 영화관 계단에 앉아서 활동 과정을 공유하며 깔깔대며 웃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다른 학년에게 아지트 공간을 아껴서 사용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2년 차는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의 효과성에 주목해 보고 싶었다. 이에 예술 감수성 평가지표를 만드는 연구 과정을 포함하여 프로그램을 실행하였다. 사전 설문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인 메이커 역량을 검토하여 설문지를 만들었고, 학생들의 프로젝트 참여 전과 후 변화과정을 관찰하고, 교강사들은 학생들의 답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아지트 공간 제작 측면에서 2020년도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남기진 못하였다. 코로나19 여파로 활동은 계획보다 미뤄졌고, 이에 그룹 활동보다 개별활동이 강조되었고, 활동 규모가 현저히 작아지게 되었다.





2021년도에는 학교에 사용 목적이 없는 빈 교실 하나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은 토론을 거쳐 휴식과 놀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길 희망하였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보완하고,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활동 시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이에 여름방학 기간에 제작을 진행하기로 하였고, 지난해 메이커스 친구들이 서포터즈가 되어, 활동 이전에 빈 교실을 하얀색 도화지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5학년 친구들은 그 속에서 마음껏 활동을 계획하고, 그림을 그려나갔다. 3차에 걸친 도안 작업은 제작과정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협의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또한, 가구, 설비 등 예산이 부족한 부분은 학교 측에서 보완하여, 공간을 쓰임새 있게 만들 수 있었다.





2022년에는 학교 공간 내부에서 외부로 눈을 돌려,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그늘이 부족한 학교 운동장에 돔형 텐트를 설치하고, 작은 정원을 가꾸어 기쁨을 나누는 공간을 완성해 나갔다. 이곳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보수 그리고 차후 관리가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지만, 기획, 설계, 제작 등의 과정 자체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진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학교문화예술교육에서 주도성 성장 교육과정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학생들의 삶에 대한 통찰과 공간 주권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를 완성하였다. 교사와 예술가는 큰 틀을 기획하고, 메이커스들은 공간구축을 시도해 나갔다. 연차별 주제에 맞추어 삶과 연결되어있는 공간을 만들고, 다른 학년들과 함께 이용할 방법도 고민하였다. 이는 예술가와 교사가 미리 교육과정 안에서 예술교육을 고민하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결과 발표, 일회성 중심의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교사와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어있는 활동을 채워나가는 것이 ‘헬로우아트랩-교·강사랩’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4년의 기간 동안 ‘시수’, ‘교과 연계’, ‘성취기준’, ‘창의적 체험 활동’ 등 낯설었던 단어들이 매우 친숙해졌다. 올해는 종단으로 연결되어있는 활동들을 정리하고, 학교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아카이브 자료로 산출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며 [희 프로젝트]의 5년 계획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교·강사랩’ 덕분에 문화예술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교사를 만났고, 마음껏 실천해가며 단체의 문화예술교육도 함께 발전할 수 있었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이 발전하려면 예술가(단체)와 교사의 교류가 많아져야 한다. 더 많은 예술가(단체)와 교사가 학교문화예술교육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나고, 교육과정 속에서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실패하고, 연구하는 자리가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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