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우리의 ‘터’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하자
'생태교육연구소 ‘터’'

생태교육연구소 ‘터’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충북 청주에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운영상의 공적인 지원 없이 약 370명 회원과 지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내는 후원금 만으로 20년이 넘도록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우리 지역 사회의 자랑스럽고 숭고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 할만하다. 내가 살아가는 터전을 이해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할 수 있는 건강한 방안을 연구하며,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지역공동체를 목표로 하는 생태교육연구소 ‘터’. 우리는 그들의 애정 가득한 활동에 기대어 지역의 크고 작은 환경 이슈들을 맞닥뜨리고 해결하였다. 무너지는 생태·환경의 문제를 직면해야 하는 2023년, 생태교육연구소 ‘터’의 김혜진 국장을 만나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생태·환경 교육의 흐름에 대해 먼저 물어보았다.

생태교육연구소 ‘터’ 김혜진 국장


김혜진 : 오랜 시간 지역에서 생태, 환경교육을 진행한 사람으로서 2023년 현재 시점에서 이 분야의 교육은 많이 활성화되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2014년에 ‘터’ 회원으로 처음 가입하여 생태강사로 활동했을 때는 지역에서나 학교에서 생태교육이 많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2017년부터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민간위탁 사업 ‘찾아가는 생태·환경 교육’을 ‘터’에서 시작하면서 점점 더 늘어났어요. 현재는 교사들도 시민들도 내가 사는 지역의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깊어졌고, 교육청에서도 생태·환경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도 적지 않게 책정하고 있어요. 물론 더 많이 필요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생태교육연구소 ‘터’의 교육프로그램의 흐름을 보면 처음 시작은 어린이 생태탐사 모임이었어요. 이후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풀빛교실’이 생기게 되었고,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다양한 소주제의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어요. 곤충교실, 문화교실, 역사문화기행 괴나리봇짐, 정세청세(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 에너지교실 등, 아이들이 우리가 사는 터전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해서 운영했었죠. 그리고 저희 소속 강사님이 외부 기관이나 학교로 출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터’ 안에서 직접 진행하는 생태교육은 회원들의 자녀만 참여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대표 프로그램 격인 ‘풀빛교실’이 지역 사회에서 입소문을 타니까 이 교육을 듣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는 분들도 생겨났을 정도였죠. ‘풀빛교실’을 통해 ‘터’를 알고 생태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되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해요.





1995년 충북사회발전연구소 내 지역환경연구모임을 결성을 시작으로 1997년 4월 환경생태연구소 ‘터’ 준비모임을 구성하여 1998년 7월 11일 생태교육연구소 ‘터’가 창립되었다. ‘터’에서는 생태·환경 교육프로그램 이외에도 생태조사, 연구사업, 지역 환경문제에 대한 각종 정책 및 행정에 대한 모니터와 대안을 개발하여 제시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문제를 담고 있지만 결국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 나라, 전 세계인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충북 청주 기반의 민간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지역회원 85%, 타지역 회원 15%의 회원 구성비율을 가지고 있다. ‘터’가 하는 일에 공감하고 응원을 보내주는 이들은 단지 청주 지역에 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김혜진 : 저희가 생태·환경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연대를 한다는 걸 아시기에 회원들도 기꺼이 오랫동안 후원금을 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바쁜가요. 환경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본인의 생업을 포기하면서 현장에서 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그분들의 가치관과 열망을 모아 저희가 그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수백 회원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터’에서는 매달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다. 회원들만 받아볼 수 있는 이 소식지의 이야기를 할 때 김혜진 국장은 마치 사랑스러운 오랜 벗들을 소개하는 듯한 애정을 보였다. 그동안의 소식지를 보여주겠다며 사무실에서 한 뭉치 들고 온 작은 책들 안에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와 우리 지역의 역사가 회원들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었다.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을 발휘한다. 정제되지 않은 우리 지역 현장의 언어가 가장 생동감 있게 담긴 귀한 기록이다. ‘터’의 소식지는 2023년 4월에 통권 제294호가 발간되었다.
‘터’는 회원들 간의 소통과 연대도 중요시하는 내실 있는 단체이다. 오랜 시간 발간된 소식지와 회원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회원들이 자발적인 모임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소모임, 한자 모임, 자우림(자연과 우리들의 어울림), 산행 모임, 전래놀이모임, 회원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꼼지락꼼지락 공작소 등, 회원들은 단순히 회비만 내는 것이 아니라 결을 같이하는 이들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처럼 ‘터’는 여느 시민단체와는 다른 끈끈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저변에는 ‘터’가 추구하는 생태?환경에 대해 변하지 않는 가치가 굳건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김혜진 : 가끔 생태·환경 교육을 진행하는 다른 단체나 기관들을 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보여요. 예를 들어 올챙이를 관찰하기 위해 교실로 그 생물을 데려온다던가, 단순히 동식물의 이름과 지식만을 주입하는 등의 교육 방식이죠. ‘터’에서 생각하는 생태·환경의 중요가치는 자연이 있는 현장에서 그 생물들이 살아가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에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연못의 수초에 걸쳐 있는 두꺼비의 알을 직접 볼 수 있게 안내해요. 교실에서 투명 컵에 담긴 알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요. 알이 떠내려가지 않게 수초 속에 알을 낳는 이 생물의 모성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들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알려주면서 자연이 가지고 있는 지혜를 배우고, 이 소중한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태도를 가지게 하는 것이 바로 ‘터’가 생각하는 생태·환경 교육의 가치이고요.





그래서 생태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질에서는 ‘놀이’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이건 벚나무야, 민들레야’라는 지식을 먼저 나서서 알려주기보다는 그 나무를 직접 보고, 냄새도 맡고, 만져도 보고, 풀이나 나뭇잎은 먹어도 보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궁금할 때 알려주죠. 그러다 때로는 아이들이 그 나무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해요. 본래 그 나무가 가지고 있는 학술적인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몸으로 놀이로 느끼면서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것의 중요성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학교 수업에서 아쉬운 순간들도 종종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교사연수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학교 현장에서 먼저 이러한 생태적 감수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죠. 그리고 더 나아가 저는 가정에서도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이해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관련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자랑하고 싶은 사례를 몇 개 더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김혜진 국장은 매년 열리는 ‘무심천 사랑 어린이 학교’와 그 무심천의 발원지부터 서해까지 직접 리버보트로 탐사한 중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무심천은 과거 청주시민의 물놀이터일 정도로 맑았으나 하상도로가 건설되고 산업화가 진행되며 수질 난을 겪은 도시하천이다. 하지만 지역 시민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들어가서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을 회복하였다. 그래서 매년 지역의 아이들과 이 무심천에서 물놀이를 하고 물고기도 관찰하는 ‘무심천 사랑 어린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1999년에는 이 무심천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6박 7일간 무심천 물줄기를 이해하는 탐사 프로그램도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청주를 동서로 둘러싼 우암산과 부모산의 산줄기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탐사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였다고 한다. 매월 1회씩 구간을 나누어서 총 12회에 걸쳐서 다닌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은 우리 지역의 물줄기와 산줄기를 이해하고 지역에 관한 관심과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생태교육연구소 ‘터’의 이름이 ‘터’인 이유는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을 이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내가 사는 마을, 지역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지구를 생각해서 분리수거를 하고 제로웨이스트샵을 가지만 그 지구 위 우리 지역의 문제는 오히려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 청주 지역을 지키고 있는 생태교육연구소 ‘터’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가장 가까운 생태?환경의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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