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드라마의 모든 것, 드라마의 전당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다르다'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드라마 문학관’이다. 이미 전국에는 크고 작은 문학관들이 숱하게 지어져 있지만 대부분이 시나 소설을 테마로 한 문학관들이다. 문학관의 내용도 겨우 책 몇 권으로 집약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다르다. 최초의 ‘드라마 문학관’이며 갖춰놓은 콘텐츠 또한 풍성하고 다채롭고 흥미로움이 넘친다.


TV 드라마는 독자적 문예사조다
드라마의 뿌리는 분명 문학에 두고 있지만 다른 문학 장르와는 또 다르게 차별화되는 새로운 문예사조다. 끊임없이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문학적 동기나 역할은 같을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여타 장르에 비해 불특정 다수의 소비계층, 즉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청자들을 몰고 다닌다. 문학적 행위란 누군가가 글을 써서 궁극적으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향을 주려는 것이다. 흔히 영화를 감독의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드라마는 내용을 중시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드라마는 오로지 작가에 의해 달라지고 작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따라서 한 시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 드라마의 신(神)이라 불리는 작가, 언어 영상문학에 있어서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작가, 그의 드라마라면 죽은 귀신도 벌떡 일어난다는 작가, 그야말로 ‘백 년에 한 사람 나올까 말까 한 작가’로 평가받는 청주 출신의 김수현 작가가 있었기에 그를 브랜드로 청주에다 최초의 드라마 문학관인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을 세울 수가 있었다.
야외 집필실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드라마처럼 재미있다
김수현드라마아트홀 전시의 특징은 우선 재미다. 문만 열어놓고 졸고 있는 문학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문학관이 되도록 재미있게 꾸며보려 노력했다. 로비층(지하 1층)에 들어서면 ‘해방 후 한국을 바꾼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 김수현 작가의 작가 연보가 사람들을 맞는다. 낮게는 30%, 높게는 70% 이상의 엄청난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들을 중심으로 김수현 선생의 작가로서의 역사들이다. 기둥 벽면에는 드라마 장면들이 돌아가고, 그동안 청주 시내의 드라마 촬영지를 투어 할 수 있는 길 안내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한쪽 벽면 전체에는 김수현 선생의 작품세계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와이드 컬러 동영상이 항상 펼쳐지고 있다. 주로 사진이나 서면 위주의 정적인 여타 문학관에 비해 드라마 문학관인 만큼 동영상을 많이 활용해 재미를 더하고자 한 것이 특색이다. 이 로비층에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다목적 공간, 즉 소극장도 자리하고 있다. 물론 김수현 드라마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 존도 마련돼 있어 관람자들이 즐겁게, 재미있게 드라마에 접근할 수 있도록 꾸며 놨다. 로비 층에서 1층 본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은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했던 남녀 배우들이 기증한 배우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이 ‘배우의 계단’을 올라가면 1층 본전시실이 나오고, 그 앞에는 김수현 선생이 쓴 드라마, 소설, 시나리오 등 모든 작품을 연도별로 정리해놓은 작품 연보가 붙어있다. 얼핏 그 집필 수량으로만 보아도 평생 실로 엄청난 집필 작업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모두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01~02. 1F본전시실 03. 아카이브실 04. B1 로비 전시실


김수현드라마아트홀에는 인문학이 있다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인문학 전시관이다. 한 마디로 사람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숱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 김수현 드라마 속에 나오는 천태만상의 다양한 인간과 각기 다른 등장인물의 캐릭터들, 그들이 사는 저마다의 인생이 질펀하게 펼쳐진다. 김수현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누군가의 아름답고 고단한 삶들과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군데군데 드라마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드라마를 쓰는 비법과 비결,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김수현 선생 어록들이 마치 보석처럼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김수현 선생의 작품들을 테마 별로 나눠 놓은 코너로부터 시작된다. 인간 본질의 추구, 현실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 사랑과 인생, 가족이란 이름의 아름다운 인문학, 인생은 아름다워, 세월은 공평한 거야... 등등 실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만나보는 것이 이 본전시실 콘텐츠의 주요 포인트다.
작가로서 살아오면서 남긴 사진들, 명장면 명대사로 불리는 김수현 드라마의 영상을 헤드폰을 끼고 볼 수도 있고, 책으로 나온 작품집들과 벽을 가득 채우고도 넘치는 TV 드라마 대본들, 김수현 드라마에 대한 학계와 방송계의 연구와 평가 논문, 그리고 드라마 제작 과정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본전시실 진행 방향 반원형 벽면에는 세트장 축소모형에서 제작된 드라마들을 바로 그 자리에서 큰 화면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 본전시실을 돌아보고 나오는 출구 직전에는 드디어 방문 관람객들의 체험과 참여공간이 기다린다. ‘나도 드라마의 주인공’에서는 드라마 출연 인물 대신에 자신의 얼굴을 넣어 찍은 사진을 전송할 수 있게 해놓았고, 작가에게 자신의 소재나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체통도 마련해놨다. 그다음은 건너편 아카이브 순서다. 여기서는 드라마와 방송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언제든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갖춰 놨다. 드라마에 관한 가장 충실한 자료실을 계속 만들어가는 곳으로, 언제든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작품집과 드라마를 누구나 혼자서 맘껏 볼 수 있는 오붓한 자리도 만들어두었다.
01. 김운경 방송작가 초청강연 02. 수요 드라마 극장 03. 드라마작가과정 교육(2F교육실) 04. 어린이 드라마워크북 체험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살아있다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드라마와의 소통, 드라마 작가 양성, 드라마 연구, 드라마 메카로서의 위상과 기능에 충실하기 위한 적극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유관단체나 교육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산학협동과 융합교육을 시도 중이다. “좋은 시청자가 좋은 드라마를 만든다.”라는 기치 아래 유명 작가나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시청자 평가단과 전문가 그룹이 함께 ‘올해의 좋은 드라마’를 선정 발표하는 한편, 아트 숍 일부를 독서공간으로 전환해 책 읽기 캠페인도 벌여나간다. 다목적 홀에서는 TV 드라마의 정통성을 살리고 드라마 르네상스를 꿈꾸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매주 ‘수요 드라마 극장’을 상설, 누구나 원하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좋은 드라마들을 상시 보여주고 있다. 그 첫 순서로 김수현 드라마의 대표 연속극과 명품 단막극들을 무료 상연 중인데 날이 갈수록 드라마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 호응 또한 뜨겁다.
드라마 작가 과정 수업도 시작되었다. 앞으로 원하는 만큼 작가 지망생을 수용할 수 있는 학급 규모로 늘려서 뛰어난 작가 배출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드라마 관련 연구 분석과 기록 저작물 생산 등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매체 쪽과 공유를 통해 드라마 발전에 기여할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그밖에 시의적절한 특별 전시와 제작발표와 기획회의, 세미나 등 담론 관련 행사도 유치할 계획이다.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살아있다. 시설만 지키고 앉아있는 잠자는 문학관이 아니라 늘 꿈틀대고 살아있는 문학관을 꿈꾼다. 한국 최초의 유일한 드라마 문학관이라는 자부심으로 명실상부한 드라마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는 중이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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