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같이 좀 먹고 살자’ 에이드풀이 말하는 지역 문화예술의 연결
'에이드풀의 대표 최대환 인터뷰'

충청대학교 앞, 갈색 벽돌로 지은 건물의 2층, 창이 많아 유난히 따스하고 포근한 블루인그린(Blue in Green). ‘시간이 갈수록 점점 예뻐지는 공간이에요.’ 커피를 내려주며 공간 매니저가 전하는 말에는 오래 머물다 가라는 다정함이 묻어있다. 마치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 공간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지역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그리고 우리가 같이 잘 먹고 잘살 궁리를 하는 운영자의 치열한 고민을 담아, 블루인그린은 계속해 나아가고 있다.
문화 공간 ‘블루인그린’은 사회적기업 ‘에이드풀’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5년 동안 10번의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공간의 쓰임도 목적도 구조도 많이 바뀐 장렬한 청춘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다. 대학교 앞에 위치해 주 고객층이 대학생이라 상대적으로 한가한 방학 때마다 공사를 진행했다고 하니, 왜 횟수가 10번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단순히 공간에 대한 변덕이 심한 사람이 주인인 건지, 왜 10번이나 리모델링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첫 질문은 그래서 마치 청문회처럼 대표를 앉혀놓고 심문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Q. 건물의 한 층을 다 쓰는 꽤 넓은 공간인데, 어떻게 10번이나 리모델링을 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공간의 의미가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공간을 대하는 혹은 활용하는 저희의 목적이 바뀌기도 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 같은데요. 처음 저희의 시작은 충청대학교 안에 있는 창업 지원 공간이었거든요. 강의실 하나를 구제 판매 공간으로 활용해서 사업을 시작했었죠. 수익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당시에 무조건 더 넓은 공간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공간을 무턱대고 계약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구제를 팔고 한쪽에서는 구제를 리폼하고 재해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다면 또 작업실로도 같이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후 한편에 카페가 들어왔었어요. 그러다 공연을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구조를 바꾸고 지금은 카페를 베이스로 한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무턱대고 얻었던 공간 때문에 지금의 우리들, 즉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우리가 지향하는 그런 그림들을 그려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 공간에서 정말 다양한 일들을 시도해볼 수 있었으니까요. 누구에게나 공간이 주는 애착이 있을 텐데, 저는 그래서 이 공간을 굉장히 사랑하고 고마워하고 있어요.





공간에서 5년간, 에이드풀은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고 말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공간으로 공연과 전시, 그때그때 생각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료들과 함께 기획해보고 실행하였던 것.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정의하고 고민을 풀어내며 나아왔다. 해볼 거 다 해보니 이제 우리에게 맞는 것은 무엇인지를 가릴 수 있게 되었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지역의 문화예술을 하는 청년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이곳 충청대 앞 공간을 시작으로 지역에 거점별로 문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청주시 운천동의 테크네클럽 리포트이다. ‘techne(테크네)’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예술’이라는 의미를 포함하여 ‘손으로 하는 일,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테크네클럽 리포트의 SNS 채널에서는 카페와 소잉공방, 가죽공방이 함께 있는 그들의 공간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저희는 매장은 커피를 파는 카페지만 두 명의 작가와 곁에 있는 일상의 창작가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2021년 청주에 있는 장인 공동체 에이드풀과 함께하는 예술적 문화를 경험하며, 가을하늘처럼 높고 넓은 마음을 채비하는 ‘높은마음 가을방학’이라는 청주문화여행을 기획하였다. 2021년 총 30명의 여행자가 청주에 체류하며 본인의 인생에 새로운 방학을 맞이하였으며 2022년 가을에도 3기로 나누어 진행되었다고 한다. 청주에 있는 예술가들과 함께 여행하고 거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깊게 생각해보는 문화 여행이라는 컨셉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이 여행을 기획한 의도를 물어보았다.




Q. 공연과 전시, 문화 공간을 운영하다가 어떻게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아직 청주는 문화예술의 질이 향상되기 어려운 구조가 있어요. 온전히 문화예술에 빠져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이 없는 게 사실이고요. 그래서 우리 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여행과 연결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문화 여행이라는 컨셉으로 멋진 공간들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저희는 이 여행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욕구에 따라 코스를 구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신청자들을 인터뷰해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코스를 제안하고 함께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배치했죠. 그래서 요즘의 관계 맺는 추세와는 다르게 저희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좀 더 두터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여행 프로그램에 녹여냈어요.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자신을 더 깊게 생각하며 돌아볼 수 있어서 여행 동안 많이 웃고, 많이 울도록 이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다시 연락할 수 있는 그런 관계 맺기를 의도했죠. 요즘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그냥 프로그램만 하고 딱 헤어지고, 이게 뭔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어요. 물론 틀린 것은 아닌데, 저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여운이 남지 않았거든요.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으로 인한 여운이 있어야 큰 의미로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기획한 문화 여행은 작년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도 진행하였다. 내덕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섭외하여 여행자들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여행과 문화예술이 결코 다른 영역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느낄 수 있는 것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콜라보레이션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희가 하는 일들을 열심히 하면 같이 잘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더 다양하고 결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하기를 원해요. 지역에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청년협동조합 조직을 논의하는 운천동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 더 다양한 거점에 있는 문화 공간들을 작게 또는 크게 만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 각자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좀 더 본인들에게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도 지속해서 노력할 계획이고요. 그렇게 된다면 꼭 문화예술인이 아니더라도 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겠죠.
2022년 충북문화예술에서는 ‘거점’이라는 키워드가 뜨거운 감자이다. 그리하여 이번 호에서는 ‘거점’을 주제로 잡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그중에서도 에이드풀은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거점지원사업의 영향 아래 있지 않은 순수 민간 거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보인다. 물론 그들이 이 역할을 위해서 5년간의 다양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닐 테지만, 결과적으로 에이드풀이 지나온 행보가 민간거점이 지향해야 할 부분과 일정 부분 닿아있다는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지역의 청년 예술인들 스스로 서로 연대하고 함께 문화예술을 풀어나가고자 하는 의지의 결과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충북권 내의 수많은 민간 문화예술 거점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함께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게 하는 좋은 사례이다. 우리가 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고민에서 그들이 시작했다면, 결국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예술 또한 우리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사업의 정량, 정성적인 성과에 매몰되어 많은 사람을 모집해 더 많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의 더 본질적인 고민에 가닿은 키워드 ‘거점’. 이 뜨거운 감자가 모락모락 익어가고 있는 에이드풀의 공간에서 여행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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